(포탈뉴스통신) “고장난 레코드처럼 수십 년 반복된 ‘고도제한 완화’ 구호를 이제 실행으로 바꾸겠습니다.”
진교훈 서울 강서구청장은 9월 11일 마곡안전체험관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기준 개정에 따른 변화와 김포공항에 대한 구체적 적용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발표는 항공안전과 도시개발의 조화를 명시한 국제기준 변화에 맞춰, 실제 운항절차에 근거한 합리적 고도관리 체계를 마련해 주민 삶과 도시 잠재력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다.
◆ 70년 만의 국제기준 개정, 안전과 개발의 균형 명문화
ICAO는 지난 8월 항공고도 관리 기준을 70년 만에 전면 개정했다. 기존 단일 기준인 ‘장애물 제한표면(OLS)’을 ‘장애물 금지표면(OFS)’과 ‘장애물 평가표면(OES)’으로 세분화해 필수 구역은 철저히 보호하되 불필요한 제한은 완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사용하지 않는 표면은 보호할 필요가 없으며,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구역은 개발을 위해 해제할 수 있다”는 원칙이 개정서문에 명시됐다. 새로운 기준은 2030년 11월 전면 시행 예정이나, 각국은 자국 여건에 따라 조기 도입할 수 있다.
◆ 김포공항 적용 시 변화…완화와 강화 동시 존재
이번 개정이 김포공항에 도입되면 고도제한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현재는 활주로 반경 4km 이내 지역에서 건물 높이가 45m로 제한되고, 4km~5.1km 구간에서는 매 100m마다 5m씩 높아져 최대 100m 제한(5% 경사)이 적용된다.
하지만 개정된 기준은 수평표면을 ▲반경 3.35km/45m ▲5.35km/60m ▲10.75km/90m 등 3단계로 나누고, 직진입계기표면·계기출발표면 등 새로운 보호 표면이 추가된다.
이에 따라 3.35~4.3km 구간은 현행 45m에서 60m로 상향돼 약 1km 구간에서 최대 15m의 완화 효과가 발생한다.
반면, 지금까지 별다른 제한이 없던 반경 5.35~10.75km 구간에는 새로 90m 제한이 적용돼, 여의도나 목동처럼 고층 건물이 많은 지역이 새롭게 규제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전면 규제가 아닌 검토기준”…국가별 자율 조정 가능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비규제 지역까지 포함해 오히려 규제를 강화한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하지만 진구청장은 “ICAO 기준은 의무규제가 아니라 검토기준이며, 각국은 항공기 운항과 도시 실정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현행 ICAO 기준의 외부수평표면(반경15km·150m)과 이륙상승표면(15km·300m)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만약 이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한다면 현재 반경15km에 해당되는 지역에 여의도 63빌딩이나 목동 하이페리온 같은 건물을 건축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진구청장은 덧붙였다.
서울시도 “도시·항공안전·주민권익이 균형을 이루는 기준을 마련해, 현행보다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강서구의 대응…“운항 절차 기반, 불필요한 제한 배제”
강서구는 2023년 개정안 초안이 발표된 직후부터 선제 대응에 나섰다. 2024년 민관합동 ‘공항 고도제한 완화 추진위원회’를 재구성했고 연구용역을 통해 김포공항 고도제한 완화 기준안을 마련했다.
이후 국회세미나에서 구가 마련한 김포공항 적용방안과 고도제한 완화 조속 실행을 위한 대정부 건의사항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
지난 6월에는 진교훈 구청장과 지역 국회의원이 ICAO 본부를 직접 방문해 조기 시행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구가 제시한 김포공항 적용방안은 ‘비행 운항절차 중심’이다. 김포공항 동쪽(강서 방향)에는 선회접근절차가 없는 만큼, 선회 보호를 전제로 한 수평표면은 배제하고 직진입계기표면 중심으로 재조정했다.
이에 따라 동측 하부기준은 45m에서 80m로 상향하고 이후 구간에 2.5% 경사도를 적용,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과도한 제한을 최소화했다. 또 계기절차 보호 대상이 아닌 구간은 V자 형태로 제외해 주민과 지역 개발의 부담을 줄였다.
현재 강서구에서 재개발·재건축 수요가 진행 중인 구역은 48곳에 달한다. 구는 고도제한 완화를 통해 사업성이 높아지면 지역개발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
◆ 향후 계획…현실적 기준·조기 시행 준비
구는 앞으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국제기준의 개정 취지를 충분히 반영한 합리적 국내 기준 마련을 지속 건의할 예정이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현재보다 고도제한이 불리해지는 지역이 발생해선 안 된다”고 못박으며 “이는 항공기술 발전에 따라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개정 취지와 배치된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구역은 최대한 고도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구는 조기 시행을 위해 관련 법령 개정과 항공학적 검토를 반영한 세부 지침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ICAO 역시 국내 제도 정비만 완료된다면 2030년 전면 시행 이전이라도 조기 도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진 구청장은 “고도제한 완화는 단순히 건물 높이 문제가 아니라 도시 발전과 주민 존엄성을 회복하는 과제”라며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 더 이상 구호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출처 : 서울특별시 강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