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탈뉴스통신) 600여 년 전, 왕실의 기도와 수행이 머물던 거대 사찰이 있었다. 고려 말 조선 초 최대의 왕실 사찰이었던 회암사. 오랜 세월 침묵하던 유적은 14차례의 발굴을 통해 다시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그 중심에 회암사지 박물관이 있다.
2012년 개관한 양주시립회암사지 박물관은 국가사적인 양주 회암사지에서 출토된 유물과 유구를 체계적으로 보존·연구·전시하는 등 전략적 거점 공간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동안 총 14차례 발굴 성과를 토대로 학술연구와 특별전, 교육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해 왔으며, 그 결과 2022년 양주 회암사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2025년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 선정이라는 의미있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지역의 유적이 세계유산을 향한 길목에 선 순간이었다.
이제 박물관은 또 한번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를 실현할 ‘세계유산 거점 박물관’으로 도약하기 위한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세계유산을 설계하다… 공간의 혁신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은 세계유산 등재 추진이라는 비전 아래 전시시설 전면 리모델링과 증축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새롭게 조성될 상설 전시는 회암사지가 지닌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잠재력을 보다 입체적이고 현대적 전시기법으로 풀어내는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실내에서도 유적의 공간성과 역사성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도록 전시공간을 확장해, 관람객의 ‘보는 전시’를 넘어 ‘체험하는 유적’을 경험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는 학술성과 대중성을 균형 있게 갖춘 복합 문화 공간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해당 사업은 2031년 완료를 목표로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14차례 발굴, 유물에 숨결을 불어넣다
지난 24년 10월 회암사지박물관은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업무약정을 체결하며, 회암사지 출토 유물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해석을 위한 학제적 연구 등 공동연구를 본격화했다.
그동안 총 14차례의 발굴조사를 통해 영락장식, 소조불, 청기와 등 주요 유물이 출토됐으나 이를 심층 분석하는 연구는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 공동연구를 통해 유물의 제작기법과 역사적 맥락을 종합적으로 규명할 예정이며, 두 기관의 공동 연구 성과는 2026년 하반기 학술대회와 특별전시로 공개될 것이다.
회암사지의 가치는 과학적 분석과 학술적 해석을 통해 보다 분명한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학술성과를 세계로… 국제 무대에 선 회암사지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회암사지의 가치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박물관은 현장 홍보부스를 통해 유적의 역사적 의미와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관람객 참여형 콘텐츠를 통해 회암사지의 매력을 외국인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특별전 도록 20여 종과 연구총서 13권의 내용을 재정리한 영문 자료 2종을 제작·간행함으로써, 그간 축적된 성과를 ‘세계의 언어’로 전달하고자 한다. 지역의 문화유산이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나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문화로 포용하는 박물관… 세대와 지역을 잇다
2026년, 박물관은 ‘문화로 포용하는 박물관’을 목표로 세대 통합형 교육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치매 어르신을 포함한 노년층 대상 문화교육을 지속 운영해 기억과 이야기가 살아나는 시간을 마련하는 한편, 가족대상 ‘박물관 당일치기 캠프’, ‘조부모와 함께하는 회암사지 이야기’ 등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체험프로그램도 확대된다.
또한 ‘찾아가는 박물관’을 통해 학교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 아이들에게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예정이다.
2026년 교육의 하이라이트는 이야기 기반형 방 탈출 게임 형태의 체험 콘텐츠다. 고려 말·조선 초 왕실 사찰 회암사의 흔적을 따라가는 놀이를 통해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역사와 만난다.
회암사지의 특징 중 하나인 화계와 선종문화를 주제로 한 계절 프로그램도 새롭게 운영된다. 이제 박물관은 조용한 전시 공간이라는 틀을 벗어나 지역과 함께 숨 쉬며, 배움과 체험이 살아 있는 문화 힐링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문화유산으로 가는 길, 미래를 설계하다
최근 회암사지 보호구역 내 반려동물 동행 방문이 늘면서 환경과 위생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박물관은 일률적인 출입 제한 대신 ‘반려동물 공공예절(펫티켓)’ 실천을 중심으로 한 관리 대책을 선택해 자율적인 공공예절 실천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안내시설 확충과 현장 캠페인, 사회관계망(SNS)과 누리집, 지역 커뮤니티 등 온라인을 통해 ‘반려동물 공공예절(펫티켓)’ 실천 문화를 확산시키며, 문화유산 보호와 시민 이용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참여와 실천을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문화유산 관리 모델을 정착시키기 위한 시도인 것이다. 공존을 전제로 한 관리철학이 회암사지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현재진행형인 회암사의 시간
연간 30만 명이 찾는 회암사지와 회암사지박물관은 이제 경기북부의 대표 문화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낮에는 전시와 체험이, 밤에는 조명이 어우러진 산책 공간이 언제나 늘 그 자리에서 방문객을 맞이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지난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유산 등재라는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며 “회암사지의 631년 역사를 미래세대와 세계에 전하는 문화거점 박물관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과거를 복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박물관. 회암사지의 시간을 지휘하는 그 중심에서,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은 세계유산을 향한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뉴스출처 : 경기도 양주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