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일요일, 구름낀 하늘에 쌀쌀함 마져 느껴지는 날씨였다. 그러나 서울의 도로위에는 잔혹할 만큼의 뜨거운 열기가 넘치고 있었다. 바로 '2018 동아일보 서울국제마라톤'이 열리는 구간.
이번 대회에 엘리트 선수 150명과 마라톤 동호인 2만명 참가여 42.195㎞ 구간을 온통 뜨거운 열기로 채운 것이다. 뛰는 달리미의 몸에서 발산하는 열기는 물론 인간 한계를 극복하는 정신에서도 강력한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여기에 응원 나온 가족, 친지, 동료들의 응원 열기 또한 뜨거웠다.
그중에 젊지 않은 연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히 뛰는 달리미가 있었다. 올해 67세 조영만 달리미. 그는 오늘 대회까지 동아마라톤 대회 15회를 완주를 포함해서 생애 62회의 완주기록을 세웠다. 보통사람은 한번도 달리기 힘든 거리를 평생을 달리고 달린 것이다. 기록 또한 대부분이 4시간이내이다.
그는 전남 화순에서 당일 새벽에 버스에 동료들과 함께 몸을 실었다. 깊은 밤을 헤짚고 달리는 버스안에서 잠이라도 푹 잤으면 좋으련만 잠이 올리 없다. 배우가 무대에 서기전에 느끼는 야릇한 긴장감을 느끼듯이 그에게도 뛰기 전의 설레임이 가득차 있었던 것. 뜬 눈으로 세상만사를 생각하다 광화문에 도착해 언제나처럼 자신에게 싸움을 걸었다. 그리고 인고의 시간을 안으로 안으로 삼킨 뒤 또 하나의 완주탑을 세웠다.
조영만 달리미는 운동을 좋아했고, 하나의 운동에 관심을 가지면 몰입하듯이 열중했다. 시골 면단위에 생활체육 테니스 코트가 생기자 테니스에 열중했다. 그러나 테니스는 혼자할 수 없는 운동이라 회원수가 줄어들면서 아쉽게 손을 놓았다.
< 9남매 중 수도권 3남매의 응원을 받은 뒤 피곤함도 잊은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조영만 달리미 >
그리고 한 때 국궁을 잡기도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마라톤을 하게 되었다. 국궁이 정신집중에는 좋으나 땀나지 않아 아쉬움이 있어 아침에 혼자 조깅하듯 새벽을 가르는 취미가 생겼다. 그리고 횟수가 늘어나고 거리도 점점 길어졌다. 그럴 즈음 마라톤이 그를 붙잡았다. 이후 화순군 마라톤협회 회장을 역임한 그는 협회에서도 최고령, 최다완주, 최단시간 등의 다양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는 “달리는 시간이 혼자서 자신을 성찰하기 좋은 시간이고 달리다보면 잡념이 싹 사라진다.”며, “완주 후에는 또 하나의 성취에서 오는 기쁨과 희열 때문에 계속 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형제가 9남매인데 모든 형제가 특별히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며, “가족의 응원은 물론 형제의 응원이 큰 힘이 된다.”며 가족과 형제에게 감사했다.
이날 조 달리미의 9남매 형제 중 수도권에 거주하는 3남매가 응원을 나왔다. 그는 완주의 피곤함도 잊은 채 응원 나온 형제들과 정담을 나누고 다시 힘차게 손을 흔들고 버스에 올랐다.
형제의 따뜻한 정에 공감한듯 구름 낀 하늘은 잠시 햇살을 보이며 이들을 소담하게 비추어 응원했다.